어제 동생이랑 함께 초코 털을 깍았다.
사실 깍고 싶지는 않긴 한데 문제는 털을 깍지 않으면 털끼리 엉켜붙기도 하고 워낙 보기가 안좋아서 주기적으로 동생과 내가 털을 깍아주는데 얼레? 초코 가슴쪽에 뭔가 빨간게 올라와있다.
초코가 못만지게 난리를 쳤지만 동생과 힘을 합쳐서 그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봤는데... 진드기?
이 녀석 진드기에 물린건가? 그럼 이 붉은 부분이 진드기라는거야?
초코는 예전에 콧잔등에 진드기가 들러붙은 적이 있어서 살짝 흉이 남아 있다.
그때 그 기억때문에 초코를 데리고 산책을 할때 늘 진드기가 있나 없나 검사를 하곤 했는데 배쪽에 붙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
동생이랑 나랑 진드기를 떼려고 했지만 잘 떨어지지도 않아서 포기하고 그냥 동물병원에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
초코야 형아랑 동물병원 가자
초코는 신이 났다.
기분이 좋다고 소리를 질러대는 녀석을 데리고 수원종합 동물병원 앞까지 갔는데... 이 녀석 눈치챘다.
갑자기 표정이 싹 변하더니 등을 돌려서 다른데로 가려고 하네?
못가 임마
초코는 전에 이런일이 있어서 이후로 수원종합 동물병원에 가는걸 무척 무서워 하는거 같다.
하지만 어쩌겠니 가봐야지
1층 카운터에 가서 초코가 진드기에 물린거 같다는 말을 하고 2층 병원으로 올라가는데...
완전히 패닉상태가 된 초코
갑자기 나가자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다.
울부짖는 녀석을 간신히 붙잡고 수의사 선생님이 잘 볼수 있도록 가슴팍을 보여줬는데 진드기가 아니라네?
근데 이렇게 빨갛게 부풀어 오른게 진드기가 아니면...
초코 젖에 염증이 생긴거라고 하신다;
아... 염증
세상에 잘못 했으면 어제 초코 젖 짤린 뻔했네;
진드기가 아니라 젖에 염증이 생길거라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7일정도 연고를 하루 2번씩 발라주면 가라 앉을거라고 하시고 초코가 햝지 못하게 목에 깔대기를 씌었다.
초코는 집안에서는 그렇게 용맹하지만 밖에 나오면 진짜 꼼짝을 못하네
발발발 떨기만 할 뿐 자기 목에 깔대기를 씌워도 얌전히 있는다.
다 포함해서 17,600원
치료가 다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초코는 상심한 표정으로 잠시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끌고가기 뭐해서 나도 같이 서 있었는데 이 녀석 갑자기
갑자기 짖기 시작한다.
아니 그럴거면 차라리 동물병원 안에서 그래야지
동물병원 안에서는 벌벌벌 떨면서 꼼짝을 못하던게 밖에 나오니까 센척을 하고 웃겨 이 너구리!
초코는 잠시 동안 가지도 않은채 동물병원을 향해 소리를 질러댔다.
잠깐 당황해서 강제로 끌고가려고 했는데... 그 순간 힘없이 발길을 돌리는 초코
추하다 초코야...
바로 집에 가려고 하다가 어차피 나왔으니까 바람이나 좀 쏘일려고 집 근처 동산에 갔다.
초코는 신나게 뛰더니만
갑자기 분을 못이기더니 짖기 시작한다.
그것도 아주 크게!
뭐 근처에 아무도 없고 나랑 단 둘이 있으니까 상관이 없긴 한데... 그럴거면 동물병원 안에서 그러라니까;
근처에 비둘기들이 초코가 짖는 소리에 놀라 도망치겠네~ 하고 있었는데 비둘기들도 영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번 흘끔 쳐다보더니만 열심히 돌아다니네
한참 짖던 초코는 맥이 풀렸는지 조용해졌다.
오늘은 산책하기도 뭐한거 같아서 초코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이 녀석 갑자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네
초코야 널 위해서 동물병원에 간거란다...
그건 그렇고 어제 초코 털을 깍길 잘했네
전에 초코가 산책을 하면서 가끔 멈칫거릴때가 있었는데 젖이 아파서 그랬던걸까?
젖에 생긴 염증을 약을 발라줘서 빨리 낫게 만들어야지 이것도 오래가면 큰 병이 될 수 도 있으니까
집에 와서 연고약을 초코 젖에 발라줬다.
예전같았으면 이빨을 보이면서 으르렁거릴텐데 맥이 빠져서 그런지 왠일로 얌전하네
연고를 다 발라줬는데 초코가 일어나더니만 나를 쳐다본다.
화가 난건가? 아니면 나에게 실망했다는건가?
초코를 알수없는 표정을 짓더니 내 방을 나가버렸다.
초코야 우리 친한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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